Store : In and Out
Kim Nuri, Park Inseon
상점의 초상
삶에서 가장 중요할거라 생각했던 것들이 옅어지고 새로운 것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람들이 흩어지고 새로운 인연으로 메꾸기를 반복한다. 늘 함께일 것만 같았던 사람이 각자의 자리를 찾아 떠나고, 우리의 옆자리는 비었다가 다시 채워지기도 한다.
반짝반짝 빛나던 새로운 장소는 빠르게 익숙해 지고, 또는 익숙해질 겨를없이 사라진다. 사람이든 장소든 기억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잊혀질 것들이 너무나 많은 요즘, 언제부턴가 나의 인연들을 기억하려 기록한다. 이것들은 기억과 동시에 내 주관적 인상이 곁들어진 재현의 작업들로 변하기 이전, 내가 처음 마주했던 그들의 모습을 기록하며 이제는 점점 그들 자체의 모습인 상점의 초상으로 쌓여간다. 나를 위한 이 행위가 어쩌면 우리를 위한 기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김누리(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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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로 쓰는 기록
사물은 정지해 있지만 제품은 생명력을 갖고 소비자에게 자신의 매력을 발산한다.브랜드의 철학과 정체성이 로고로 표현되고 라벨로 붙여지면서 사물은 제품이 된다. 그 제품은 사람이 소유하면서 그 사람의 개인적인 의미가 담긴 ‘대상’이 된다. 지극히 개인적인 소유물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대상’은 의미가 사라지게 되고 언젠가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모두에게 잊혀버린 물건이 되고 만다. 이게 사물의 보통의 삶이 아닐까. 사물의 입장에서 자신의 존재가 잊힌다는 것은 매우 두려운 일일 것이다. 또한 소비자(컬렉터) 입장에서도 자신의 가치관이 투영된 사물이 사라진다는 건 기억의 한 조각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을 것이다. 어렸을 때 좋아했던, 맛있게 먹었던, 모양이 예뻐서 샀던,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을 받았던 등등 각자의 이야기가 있는 사물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더 이상 소중한 물건이 아니게 되고 존재마저 잊히게 된다. 시간과, 흔적. 사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는 사물들의 존재에 대해 어쩌면 우리들은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작업은 잊혀가는 기억 한 조각을 아쉬워하며 남기는 기록의 일부이다. 사물들로 인해 타임머신을 타고 잊고 있던 많은 이야기들을 만나기를 기대해 본다.
일상 속에 쉽게 마주하는 사물들과 개인의 취향이 담긴 사물들을 수집하며 그들을 그림 그리고 도자기로 만들었다. 사물의 형태 뿐 만 아니라 라벨의 이미지와 문자를 옮기며 순수한 조형과 디자인적 미학을 추구하려 하였다. 특히 여러 사물들을 인위적으로 배치하면서 익숙한 사물들을 낯선 이미지로 만들면서 고정관념 없이 자신만의 잊힌 기억 한 조각을 찾을 수 있도록 의도하였다. 흙을 통해 사물의 형태를 만들고 페인팅을 통해 선택한 대상을 표현하는 과정을 거치고, 불에 두 번 구워진 뒤 나온 도자기는 이미 알고 있는 사물이 아닌 새로운 대상이 되면서 모두에게 자신의 감정을 담을 수 있는 기억의 한 조각이 되어줄 것이다.
■ 박인선(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