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벙
Song Mingyu
송민규 작가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패턴을 기하학적 기호로 변환시켜 화면에 추상적으로 옮겨오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옮겨온 이미지들은 현실의 충실한 재현이기보다는 작가만의 프로토콜로 인하여 기호, 상징체계로 변환되어 편집된 것이다. 이번 전시 『첨벙, Cheom-Beong』은 작가가 2016년 『수영장 끝에 대서양』 개인전부터 주목하였던 주제인 ‘수영장’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작가의 ‘수영장’에 대한 기억은 태국의 수심이 깊은 한 수영장에서 느꼈던 공포스러웠던 경험에서 출발한다. 이후 작가는 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늦은 나이에 수영을 배우기 시작하였고, 그 수련 과정을 작품에 담아내었다. 몸에 힘을 뺀 상태로 움직임을 반복하여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수영 방법은 마치 이미지의 변형과 반복 행위를 통해 견고한 표면을 만들어내야 하는 그의 작업 방식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첨벙, Cheom-Beong』 전시는 수영장의 풍경과 운동에너지를 시각 기호로 변형하고, 그 기호들이 중첩, 교차하여 평면에 추상적으로 표현된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는 수영장 타일의 형태, 물결 모양 등의 외부 시각 요소와 자신이 수영을 하면서 느끼는 생각과 정신 등의 내부적 요소를 주관적 언어로 기호화하여 화면에 담아내었다. 이 이미지들은 중력과 부력 사이의 위치에너지에 따른 질량과 높낮이의 관계, 노화의 시간과 운동의 상관관계 등을 포함한다.
이번 전시는 수영장 풍경의 구조적 접근과 그것을 경험하는 자신을 하나의 메타포로 내적 풍경을 탐구하는 송민규 작가의 여정을 보여준다.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을 통해 쌓아올려진 레이어는 개별적인 존재의 기호화된 기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송민규 작가의 물리적, 정서적, 정신적 감각들이 기호로 변형된 작품을 다시 하나하나 파편화시켜 상상해보는 과정을 통해 작가와 사회를 둘러싼 풍경을 읽어보는 공감의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