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을 보다
Lee Young, Label Gallery
라벨을 보는 즐거움
우리는 보통 ‘라벨을 읽는다’라는 표현에 익숙하다.
라벨에는 그 상품에 대한 여러 정보가 빼곡히 적혀 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이러한 정보는 대부분 매력적인 그래픽과 함께 그 상품의 표면을 감싸고 있기에 구매자를 유혹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읽는 라벨’이 아닌 ‘보는 라벨’에 관심을 갖고 그 이미지의 유희에 집중하고자 한다.
모든 수집이 그렇듯 ‘수집’이라 부를 수 있을 만한 어느 정도의 양이 채워지면 더 이상은 그것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때가 있다.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분명 흥미로운 요소가 넘치는데 그러한 것을 ‘이렇게 많이 모았다’ 라는 것 만으로는 더 이상 시각적으로 신선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대한 양이 오히려 개별적 대상을 심미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샘플 기획전시에서는 각 샘플이 갖고 있는 시각적 요소에 집중하기 위하여 확대된 라벨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는 스웨덴 출신의 클래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나 한국의 박용남 작가의 작업과 같이 일상적인 사물을 비일상적인 크기로 마주할 때 오는 이질감으로 인하여 우리의 사물에 대한 접근 방식을 해체시키는 낯선 즐거움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확대된 라벨에는 우리가 피상적으로 보았을 때 놓치기 쉬운 아주 세세한 요소들을 발견하는 묘미도 있다. 예를 들어 ‘RUNNING WITH SCEPTRES’ 라벨의 배경에서 원래의 사이즈에서는 단색으로 보였으나 확대해서 보면 망점 처리한 인쇄방식을 발견할 수 있고, ‘ㅋ’ 맥주의 경우 중앙에 자리한 상품명을 감싸고 있는 보리의 디자인이 두 가지의 굵기로 되어있는 디자인적 섬세함도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보기 좋은 라벨에는 다 이유가 있으며 그 이유는 확대된 이미지 구석 구석에서 확고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라벨을 보는 즐거움’을 함께 발견하고자 함이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작업은 사진작가 이영과의 협업으로 진행하였다. 지나친 장식적 의도나 군더더기 없이 그저 보이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그런데도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작가의 사진작업이 이번 전시의 기획의도와 잘 맞기에 작가의 사진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미지 실험을 할 수 있었다. 강원도 원주에 살고 있는 작가는 소박한 일상속에서 소소한 취미를 즐기며 때때로 들어오는 작업들을 수행하고 그냥 그렇게 산다. 작업실을 방문하고자 했을 때 작업실이라 할 만한 곳이 아니고 집에서 필요할 때 조명 설치하고 작업한다며 부끄러워하던 작가는 항상 그 방구석에서 놀랄 만한 작업들을 해내곤 조용히 메일로 완성된 작품을 보내오곤 했다. 그 결과물들은 늘 기대 이상이었기에 처음 시도하는 작가와의 협업이 앞으로의 다양한 기획에 대한 기대감도 갖게 해주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시각적 기억을(경험을) 해체하는 이러한 시도들로 인하여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라벨의 숨겨진 매력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공유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