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미학 Aesthetics of Housework

강나래
Kang Narae
2022. 11. 10. - 12. 23.

Aesthetics of Housework

강나래 작가는 작은 것들을 차근차근 모으고 이어 하나의 큰 이야기를 엮는다.
그렇게 유리와 종이에 점처럼 작은 요소를 찬찬히 쌓아 올려 만들어낸 이미지에는 가사와 그 무대가 되는 집이 주는 영감이 새겨져 있다.
화면은 오랜 시간 그늘 속에 있었던 풍경을, 너무 사소해서 기억하지 못했던 집의 순간들을 담는다.
그 날것의 기억이 비치는 모습은 너무 익숙했기에 오히려 새롭게 느껴진다. 고무장갑, 수세미, 빨래 따위가 아로새겨진 이상한 풍경. 남들에게는 보이지도 않는 그 풍경들은 어쩐지 한번 눈에 들이니 자꾸만 사랑스러워 보여, 다른 이들도 관심으로 가까이 들여다보아 주기를 고대하며 그 하찮은 것들을 아름답게 그려내본다.

남편의 유학길에 동행하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주부로서의 삶을 살게 되면서, 그동안 덜 중요했던 ‘집’과 ‘집안일’이 제일 중요한 ‘일’이자 ‘삶의 터전’이 되는 경험은 주부로서의 삶, 나아가 보조적인 역할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왔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것은 여성이 특별히 고귀하다거나, 가사노동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그런 개념과는 다르다. 단지 이것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얼마나 컸던 것인지 깨달았기에, 그에게는 조금 더 소중한 관심으로 키워내고 싶은 이야기가 되었을 뿐이다.

그의 작업과 그 작업 방식은 매일 쌓이며 삶을 지탱하는 가사노동과 많이 닮아있다. 작은 요소들로 이미지와 형태를 채워나가는 작업은 반복적인 노동과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주는 분명한 의미가 담겨있다. 누군가에게는 눈에 띄지도 않는 사소한 일상을 ‘판다’라는 단조롭지만 강도 높은 반복을 통해 재현하는 그의 작업 형식은, 오늘 하루를 일궈나가기 위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그리고 충실하게 일과를 행하는 주부(主婦/主夫)들의 삶의 모습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 강나래(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