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lipside

Label story 389월 02, 2019 글 | 레이블갤러리 보통 상품에 부착된 라벨은 크게 사물의 표면과 맞닿아야 하는 끈적한 풀이 붙는 면과 소비자들이 각 종류를 식별할 수 있도록 이미지나 로고, 텍스트 등을 인쇄한 면 정도로 나눠볼 수 있다. 따라서 상점이나 마트의 진열장에 전시된 각종 사물, 상품들의 몸통에 부착된 한 쪽 면의 이미지를 보고 우리는 무언가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라벨은 단 한 컷의 이미지나 색 혹은 강렬한 텍스트 만으로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아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물과 마주할 때 보이는 면 외에 다른 또 다른 이미지가 숨어 있다면 디자인적으로 좀 더 다채로운 컨셉을 연출할 수 있지 않을까? 뉴질랜드의 한 라벨 제조회사는 위와 같은 발상으로 이중지 라벨을 좀 더 보편화 하고자 샘플을 제작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기능을 하는 라벨을 생산하긴 하지만, 비용적인 측면 등 여러가지 이유로 널리 쓰이고 있지는 않다. 이중지 라벨은 쉽게 말해 두 장의 라벨지가 겹쳐져 상품의 표면에 부착되는데, 바로 보았을 때 보이는 그러니까 윗면의 라벨지를 떼어내면 그 뒤로 또 한 장의 라벨과 이미지 혹은 텍스트 등이 보이도록 제작하는 것이다. 이때 첫 장을 떼어냈을 때 다음 장의 면에 점착제(풀) 자국이 남지 않도록, 그리고 무리없이 부드럽게 떼어지도록 만드는 것이 이 라벨의 기술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분명 소비자들의 흥미를 끌기에는 충분한 요소로서 활용될 수 있다. 이들이 고안한 샘플명은 The Flipside로 단어 그대로 다른 면, 혹은 뒷면 등을 뜻한다. 그렇다면 포멀한 남성구두와 여성구두 라벨을 떼어내면 어떤 이미지를 보게 될까? 아마도 신발과 관련되어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은 클래식한 정장과 어울릴 만한 남성구두와 하이힐 뒷면에 ‘플리플랍 (flip flops)’ 샌들 삽화를 프린팅 했다. 그러니까 조금은 딱딱하고 정돈된, 정갈한 느낌의 오브제 뒤에 자유분방한 느낌을 풍기는 일러스트 라벨로 그 분위기를 완전히 반전시키는 것이다. 이중지 라벨의 특성을 적극 활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두 장의 라벨은 컬러나 사물의 배치 등을 통해 상반된 느낌을 적극적으로 연출하고 있다. 가지런히 놓여진 구두의 주변 배경은 화이트로 심플하게 연출하였으나 컬러풀한 색감의 플리플랍 배경으로는 다양한 사물들이 배치되어 있어 좀 더 경쾌하다. 가장 극명한 차이는 구두는 사진을 플리플랍은 일러스트 이미지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사실적이고 정교한 느낌과 간략하고 단순화한 형태감이 더욱 대조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들은 빡빡한 일상을 벗어나 해변가로 휴가를 떠나는 홀가분하고 상쾌한 대조적인 느낌을 이중지 라벨의 기능적인 측면을 활용해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보이는 면과 떼어내야 하는 뒷면의 특성을 ‘신발’이라는 의미에서 파생된 각기 다른 종류의 것들을 통해 매우 심플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디자인한 것이다. 참고 : https://www.packagingoftheworld.com이미지 출처 : https://www.packagingoftheworld.com
Terra Ferea

Label story 377월 31, 2019 글 | 레이블갤러리 Terra Ferea는 1994년 그리스를 시작으로 현재 유럽, 미국, 캐나다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오가닉 브랜드이다. 그리스에서 주로 수확되는 각종 허브를 사용한 티, 오일 등을 제조한다. 그 중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제품은 허브를 직접 채취하여 만든 ‘티tea’ 패키지이다. 총 8가지 허브로 구성되어 있다. 오레가노, 로즈마리, 타임, 스피아 민트, 바질, 파슬리, 딜, 월계수를 담고 있는 유리병에 부착된 라벨의 간결한 작화가 눈에 띈다. 한눈에 보아도 스토리를 담고 있는 듯한 각 장면들. 생산과 수학 과정, 그리고 그리스 인들의 생활 방식을 묘사한 삽화들이라고 한다. 오레가노를 채취하는 두 사람 옆에 머리만 빼꼼 내밀고 있는 당나귀 얼굴이 보이고, 타임 잎을 든 남자는 동물 형상의 몸통에 얹혀진 바구니에 그것들을 모아 담는다. 그 옆으로 타임 잎과는 다른 식물이 걸쳐 보이는데, 이것은 다름아닌 로즈마리. 로즈마리 잎을 채취하는 인물 옆엔 점박이 강아지의 얼굴과 앞다리가 그리고, 스피아 민트를 줍는 여성이 등장하기 전 강아지의 꼬리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니까 이 각각의 라벨들을 모두 한 장의 삽화이며, 각 제품을 나타내는 부분만을 편집하여 유리병에 부착한 것이다. 단순하지만 흥미로운 방식이다. 만화영화 필름을 각 부분 씩 잘라 붙여 놓은 듯한 클래식한 느낌마저 든다. 컬러 역시 단조롭다. 블루, 옐로우, 블랙, 화이트 만을 사용하였으나 스토리가 접목되어서인지 심심하지 않다. 산, 나무, 풀, 집, 구름 그리고 각 종류의 허브들의 형상을 단순화하여 묘사한 탓에 자칫 조잡해 보일 수 있는 이야기들을 센스있게 표현하였다. 라벨의 형식은 유리병에 부착된 사각형 위로 짧은 띠라벨이 몸통과 뚜껑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형태의 라벨은 이번 패키지 뿐 아니라 Terra Ferea의 이전 상품 들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방식이다. 분명 위와 같은 스토리라인을 형성할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이 직접 허브 잎을 채취하고 가공하고 포장하는 과정 등을 직접 행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안에 그들의 생활 방식이 자연스레 녹아 표현된 점이 흥미롭다. 참고 : https://www.packagingoftheworld.com이미지 출처 : https://www.packagingoftheworld.com
SALT FROM THE REEF

Label story 367월 01, 2019 글 | 레이블갤러리 바다의 보물이라 불리는 소금. 마치 바닷속 보물상자에서 보물을 발견한 듯한 느낌을 패키지 디자인을 통해 감각적으로 풀어낸 Salt from the Reef. 이 제품은 호주 공항에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호주 RMIT 대학생들이 프로젝트 형식으로 참여하여 디자인한 이 패키지와 라벨에는 흥미로운 스토리와 위트가 담겨있다. 이들은 본 제품의 슬로건과 컨셉을 “A little piece of magic”이라 하고, 소금이 담긴 유리병을 포장한 상자를 ‘보물상자’ 혹은 ‘마법상자’라 설정한 것이다. 상자의 뚜껑은 내부를 비추는 창窓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구멍이 뚫려 있다. 그 사이로 내부 상자의 표면에 프린팅 된 바닷속 이미지를 볼 수 있다. 레이어드 된 포장방식으로 어떠한 틈으로 그 풍경이 비춰진다는 느낌을 극대화한 듯하다. 소금을 담은 유리병에 부착된 라벨은 블랙에 화이트 텍스트로 매우 간결해 보인다. 하지만 내용물인 소금이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부를 바라보면, 보이지 않았던 바닷속 풍경이 다시 나타난다. 배면인쇄라는 기법을 통해 이와 같은 효과를 연출한 것인데, 라벨 한 장의 앞면에는 위에 언급한대로 블랙에 화이트로 포인트를 그리고 뒷면에는 바닷속 풍경을 간략하게 묘사한 삽화를 프린팅 한 것이다. 따라서 풍경이 묘사된 쪽에 점착제를 발라 유리병에 부착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용기에 담긴 내용물이 꽉 채워졌을 때와 점차 비워지면서 보이지 않았던 이미지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굳이 위와 같은 방식을 택한 이유는 바닷속에서 보물상자를 발견하고, 상자의 뚜껑을 열 때와 같은 느낌을 흉내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레이어드 된 상자와 배면인쇄를 적용한 라벨 디자인. 이러한 방법적인 측면으로 그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컨셉을 위트 있게 표현했다.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제품을 사용하며 그러한 경험을 하는 것처럼 느끼도록 유도한 방식이 매우 흥미롭다. 이 외에도 박스에 라벨의 일부를 뜯어낸 것과 같은 형식의 상세 정보 표시란이 프린팅 되어 있다. 여기에는 각 상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상품이 포장된 날짜와 서명이 기입된다. 이러한 방식은 보통 커피 원두 포장에 사용되는 라벨 표기법이라고 하는데,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차용했다고 한다. 소금과 바다 그리고 보물상자라는 세가지 요소로 설정한 스토리텔링은 마치 동화속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이들은 스토리 라인에 맞추어 과하지 않은 디자인을 선보였다. 그 결과물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충분히 미소를 짓게 할 만하다. 참고 : https://www.packagingoftheworld.com이미지 출처 : https://www.packagingoftheworld.com
진로 소주 JINRO SOJU

Label story 356월 05, 2019 글 | 레이블갤러리 두꺼비가 돌아왔다. ‘유행이 돌고 돈다.’ 근래에 들어 많이 듣기도, 말하기도 했던 문장이다. 주로 옷이나 특정 아이템을 구매할 때 혹은 어떤 상황에서 내뱉은 문장이었는데, 이제 술자리에도 종종 등장할 것 같다. 진로소주가 다시 두꺼비 라벨은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뉴트로(new+retro)’의 감성을 앞세우며 요즘의 ‘스웨그’에 맞는 옷을 입혔다. 1920~1950년대 라벨 1950~1960년대 라벨 1950~1960년대 라벨 1960년대 라벨 지금은 참이슬에 더 익숙한 우리들이 진로와 두꺼비를 자연스레 함께 떠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 출시되었던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진로소주는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특히나 라벨 디자인에서 다양한 시도를 엿볼 수 있다. 원형의 모양과 강렬한 색과 무늬는 1960년대까지 지속되었다. 다만 첫 라벨에는 두꺼비가 아닌 원숭이 두 마리가 마주보고 있어 매우 새롭다. 그 이후 꾸준히 두꺼비가 등장하는데, 처음에는 우측면을 보여주던 두꺼비는 50년대 이후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로 바뀌었다. 하얀 배를 왼쪽으로 드러낸 자세가 고착된 것이다. 그 외에 소주의 주 재료인 쌀의 본 모습인 벼를 묘사한 형상이 테두리가 되어 두꺼비와 진로의 이름을 감싸고 있다. 이 벼의 모습 역시 갈수록 심플하게 변화한 것을 알 수 있다. 1960~1970년대 라벨 1970~1980년대 라벨 그리고 1960년대 후반부터는 우리에게 조금 더 친숙한 사각형 라벨이 등장한다. 이전 라벨에서는 다른 요소들과 두꺼비의 조합이 하나의 풍경과 동물의 이미지 컷에 가까웠다면, 이때부터는 두꺼비가 트레이드 마크로서 로고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상단으로 위치를 옮기고, 원형 안에 그 형태를 가두어 좀 더 정돈된 느낌으로 등장한다. 1980년대 라벨 1980~1990년대 라벨 원색이 주를 이루었던 이전과는 달리 1970~80년대부터 서서히 채도를 낮추고, 사용된 색의 종류 역시 줄어든다. 조금씩 세련된 느낌을 두르게 되었다. 바로 이번에 부활한 두꺼비 라벨이 위와 같은1970~80년대의 것을 재해석하였는데, 실제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았던 디자인이라고 한다. 리뉴얼 된 라벨 역시 푸른 톤이 주를 이루어 맑고 청량한 느낌이다. 한글과 한자 서체는 과거에 비해 조금 단순하고 간결하게 변화하였으나 특유의 삐침은 그대로 살렸다. 그리고 한글의 크기를 키워 가시성을 높였다. 전체적인 구도는 유지하고, 각 요소들의 세밀한 변화에 중점을 둔 듯 보인다. 1970년대 진로 소주와 2019년 리뉴얼된 진로 소주 이렇게 진로는 젊은이들과 7080 세대들이 동시에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을 탄생시켰다. 게다가 라벨 리뉴얼에 맞추어 80년대 주점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한 팝업스토어 ‘두꺼비집’을 오픈하며 20대에게 한 층 더 가깝게 다가간 것이다. 온라인에서 많은 후기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 7080 세대들은 옛날 생각이 난다며 과거의 향수에 젖었고, 젊은 세대들은 복고풍과 트렌디한 감각에 흥미를 느낀다. 진로의 새로운 시도는 다양한 세대들의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오래된 것들, 역사를 담고 있는 것들은 이러한 힘이 있다. 그래서 지금의 우리가 이렇게 복고를 외치고, 뉴트로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과거의 것들을 그리워하고 다시 보고자 하는 마음에 기억을 끄집어 내고, 그 기억의 단상들을 모아 재현하려는 것이 아닐까. 자료제공 : 하이트 진로
SLAST & MAST

Label story 345월 02, 2019 글 | 레이블갤러리 강렬한 선묘와 색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소시지, 스테이크 등의 육류 제품을 생산하는 크로아티아의 SLAST&MAST라는 브랜드의 라벨 디자인 일부이다. 소, 돼지, 양, 생선의 머리를 오직 블랙으로 묘사했는데, 명암의 차이를 극명하게 주어 이미지 자체가 매우 또렷하고 선명하게 다가온다. 게다가 채도 높은 붉은색으로 혓바닥을 연상케 하는 형상을 덧그려 조금은 기이한 모습이다. 독특한 점은 동물의 얼굴은 매우 치밀하고 정교한 선으로 묘사했으나 혓바닥의 모양은 평면적으로 표현했는데, 이로 인해 무거운 느낌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고, 약간의 생동감까지 느껴지게 한다. 게다가 SLAST & MAST의 로고에 들어가는 기호 &의 끝부분을 이 혀의 형상으로 바꾸어 브랜드명과 이미지를 더욱 강하게 표현했다. 혀를 제외한 나머지는 매우 디테일하게, 그리고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다. 털로 뒤집혀 있는 소와 돼지, 양은 끊임없이 구불거리는 얇고 굵은 선들이 집약되어 그 형태가 완성되었다. 면이 아닌 선위주로 입체감을 만들어냈다. 생선 역시 마찬가지인데, 이러한 그리기 방식을 소묘라 할 수 있다. 순수회화의 표현방식 중 하나인 소묘기법으로 라벨을 디자인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선묘가 쌓이고 쌓인 강한 느낌이 ‘육류’의 이미지와 잘 들어 맞는다. SLAST&MAST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포장 방식을 고안해 냈으며, 그 방법을 위와 같다. 다양한 형태로 가공될 수밖에 없는 육류의 특징에 착안하여 총 6가지의 형태의 페이퍼 상자와 포장지를 제작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오직 두가지 컬러로만 인쇄된 라벨이 부착되어 패키지가 완성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포장방식이라 할 수 있겠다. 블랙과 레드 이 두가지의 조합은 군더더기 없이 그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강력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충분했고, 중간중간 보이는 위트 있는 설정으로 인해 살짝 무거울 수 있는 느낌을 덜어냈다. 디자인 뿐 아니라 합리적인 포장 방식에서도 고민한 흔적이 담긴 패키징이 매우 인상적이다. 참고 : https://designbureauizvorkajuric.com , www.packagingoftheworld.com이미지출처 : https://designbureauizvorkajuric.com , www.packagingoftheworld.com
ULLA X ARK BEER

Label story 334월 02, 2019 글 | 레이블갤러리 2015년 코리아 크래프트 브루어리가 출시한 아크맥주는 이후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거나 자체적으로 패키지 디자인을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라벨은 ULLA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맥주라벨이다. ULLA는 울릉도 송곳산의 수호신인 고릴라의 이름이며, 사람들을 괴롭히는 도깨비들로부터 마을을 지켜낸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도깨비를 물리치고 마을사람들을 구해내는 고릴라인데, 비주얼은 귀엽고 푸근한 곰 인형 같아 보인다. 외형 뿐 아니라 울릉도의 자연과 꽃, 나무, 나비들에게 마음을 빼앗겨 송곳산에 머물게 되었다는 마음 역시 엉뚱하지만 따뜻하다. 이렇게 울릉도를 사랑하는 ULLA의 모습이 3가지로 묘사되었는데, 한쪽 팔을 산에 걸치고 다른 팔로 맥주를 들고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모습, 커다란 맥주병을 껴안고 있거나 맥주 거품 속에서 행복해하는 모습이다. 라벨의 주가 되는 컬러는 화이트, 레드, 옐로우이나 맥주의 종류는 Sunday Morning과 Hug me로 두가지이다. 상단에는 금박으로 심플하게 ULLA의 이름이 박혀 있다. 도톰한 종이로 제작된 이 라벨은 주된 컬러가 포인트가 되고, 세부적인 요소들이 모노톤으로 담백하게 어우러진다. 보통 설화나 전통의 무언가를 모티브로 삼아 디자인하는 경우 특유의 색감이나 분위기가 풍기는데, 아마도 옛 것의 느낌을 의도적으로 연출한다거나 현대적으로 무리하게 재해석한 어설픈 결과물일 것이다. 그런 관점으로 볼 때 ULLA의 라벨은 설화의 핵심이 되는 모티브만을 간략하게 차용하여 세련된 디자인을 완성한 듯 보인다. 위와 같이 앞쪽은 이미지 위주로 이루어져 있으며, 텍스트는 최소화하고 매우 작은 폰트로 삽입되어 꼭 필요한 정보만을 전달한다. 병을 살짝 돌려보면 뒤로 이어지는 면에 ARK의 로고와 맥주의 종류 등 디테일이 빼곡하나 간결하게 나열되어 있다. 불필요하게 많은 것을 집어넣거나, 혹은 과도하게 생략하지 않았다. 이러한 ULLA의 패키지, 라벨 디자인은 아크맥주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실제로 울릉도 북면에 위치한 CAFÉ ULLA에서 만나볼 수 있다. 울라의 다양한 모습이 컵 홀더, 엽서, 원두캔의 라벨 등으로 표현되어 있다고 하니, 울릉도에 가게 된다면 한번쯤 들러 볼만한 곳이 되겠다. 앞으로 여러 모습으로 변화하는 울라의 모습이 매우 기대가 된다. 참고 : http://www.minimalist.kr/이미지출처 : http://www.minimalist.kr/
Moolanda

Label story 323월 06, 2019 글 | 레이블갤러리 동굴벽화의 일부를 옮겨 놓은 듯한 이미지이다. 농사일에 사용되는 삽, 괭이, 낫 등의 도구들이 매우 간결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 이미지는 다름아닌 와인 라벨디자인 중 일부이다. 와인과는 쉽게 매치되지 않는 오브제들로 가득 채워진 한 장의 라벨,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호주 남쪽에 위치한 포도밭, 그곳에서 제조되는 ‘Moolanda’. 이 단어의 옛 어원은 ‘먼 쪽으로부터’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처음 포도를 심게 된 그 곳이 당시의 포도밭들과는 상당히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어 조금은 생소한, 그러나 의미가 맞는 ‘Moolanda’라는 단어를 택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종류의 와인이 있으나,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Workers’라는 이름이 붙여진 제품이다. 입체감 없는 평평한 형상들은 마치 흰 바탕에 스티커를 붙여 연출한 것 같기도 하고, 가위로 잘라 툭툭 얹혀 놓은 듯 보인다. 길다란 괭이를 어깨에 이고 걷는 사람, 그 밑에는 강아지, 그리고 주변에는 농사일에 쓰이는 다양한 도구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형태는 매우 단순하지만 단번에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각의 도구들의 질감이 다르게 표현되어 있다. 가장 큰 크기로 자리한 톱의 표면은 거친 알갱이와 굵은 암석표면을 묘사한 듯한 질감이며, 그 위로 자리한 삽은 비교적 부드러운 느낌이다. 이는 실제로 Moolanda 주변 지역에서 발견되었던 벽화의 일부분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듯 보인다. 각각의 도구들에 쓰인 붉은색, 노랑색, 흰색 등의 색상 역시 실제 존재하는 암석과 일치하는 것이다. 강아지가 등장하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데, 고대벽화에서 늘 등장하는 짐승들을 모티브로 하여 작게나마 위트 있게 등장시킨 것이 아닐까. 해당 라벨 속에 등장하는 괭이를 든 인물은 각종 도구를 사용해 포도를 가꾸고 와인을 만드는 ‘Worker’라 설정하여 고대 벽화와 현재의 시점을 잇는 짤막한 스토리를 담은 것이다. 쏟아져 나오는 각종 상품들 특히나 맥주, 와인 등 주류를 포장하는 라벨 디자인이 무수히 많다. 그 모든 것에서 어떠한 의미를 찾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러던 중, 이렇게나마 자신들의 히스토리나 짤막한 이야기를 담은 라벨을 발견하게 되면 무척이나 반갑다. 이들의 앞으로의 이야기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 worldpackagingdesign.com /Moolanda 공식홈페이지 이미지출처 worldpackagingdesign.com / behance.net
TEMESCAL BREWING

Label story 311월 31, 2019 글 | 레이블갤러리 한 인물의 성격과 그 사람만이 갖는 특징을 맥주의 종류에 비한다면? 나는 에일(Ale)과 라거(Larger) 중 어떤 종류로 묘사될까? 이렇게 조금 엉뚱해 보이는 아이디어를 맥주의 라벨에 위트 있게 표현한 Temescal brewing. 미국 오클랜드에 자리한 양조장이자 펍인 이곳은 매우 다양한 라벨 디자인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특별히 주가 되는 컨셉 등이 정해져 있지 않고, 자유분방한 형식으로 병맥주, 캔맥주의 라벨들을 디자인한다. 그 중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라벨은 샌프란시스코의 Academy of Art University 학생들이 프로젝트 형식으로 참여하여 탄생시킨 결과물이다. 이들은 5명의 가상인물들을 설정하고, 그들 각각의 성격과 맥주의 종류를 매칭한다. DORI, DEAN, BETH, RENO, BRIAN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5가지 맥주의 맛을 시각화 하는 것이다. 두 뺨 가득 생기를 담고 있는 활기 넘치는 성격의 DORI는 풍부한 과일향에 달콤한 맛이 주를 이루는 엠버 에일을 표현하는 캐릭터가 된다. 반면 푸른색 모자를 거꾸로 뒤집어쓴 친근하고 유머러스한 성격의 BRIAN은 아메리칸 페일 에일을, 모두에게 ‘스윗’한 BETH는 허니라거의 맛을 표현하기에 딱이다. 이렇게 우리는 가상인물들의 외형과 그들의 성격을 묘사하는 시각적 요소들을 통해 맥주의 맛과 향 등을 유추해 낼 수 있는 것이다. 라벨은 한 장의 구성은 마치 캐릭터의 프로필을 연상케 한다. 이름 그리고 맥주의 종류, 캐릭터를 묘사한 일러스트가 메인 이미지가 된다. 그 옆으로 최소한의 텍스트와 인포그래픽으로 맥주의 정보를 나타내고, 마지막으로 해당 인물과 맥주가 매칭되는 짤막한 스토리를 넣어 흥미를 유발한다. 가상의 인물들을 5명으로 설정하여 그에 맞는 맥주와 적절히 매칭한 것, 그리고 시각적으로 뚜렷하게 구분이 되는 컬러를 포인트로 사용하여 쉽고 간결하게 각각을 구분 지은 점, 센스 있는 인포그래픽 활용이 자칫 조금은 유치해 보일 수 있는 스토리라인을 세련되게 표현한 요소들이라 할 수 있겠다. 예술대학교 학생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수준 높은 스킬이 돋보이는 디자인이다. 참고 : https://www.packagingoftheworld.com/이미지출처 : https://www.packagingoftheworld.com/
MINISTER BREWERY

Label story 301월 04, 2019LABEL LAB 글 | 레이블갤러리 톡톡 튀는 컬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Minister Brewery는 폴란드에서 제조되는 수제맥주 브랜드이며,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라벨은 2018년도에 제작되었다. 언뜻 보기에 라벨 디자인은 맥주보다는 달콤한 사탕을 포장하기에 적합해 보인다. 핑크, 블루, 옐로우, 오렌지가 주된 컬러로 사용된다. 특히나 베이비 핑크에 가까운 옅은 분홍색의 라벨은 달콤한 솜사탕을 연상케 한다. 이렇게 알록달록한 색감에 빠져 있었다면, 이제 좀 더 디테일하게 그것들을 살펴보자. 자세히 보니 라벨 위를 덮고 있는 인물과 사물들이 범상치 않다. 어딘가 모르게 조금 기이하다. 도넛인지 튜브인지 모를 것을 커다란 꼬챙이에 끼우고, 머리에는 과일을 얹고 심지어 한쪽 옆구리에 악어를 끼고 해변가인 듯한 곳을 거닐고 있는 사람으로 추정되는 인물. 얼굴 전체가 ‘눈’으로 되어있다. 옆에는 그와 닮은 한 쌍의 커플, 그리고 하늘인지 바다인지 모를 곳에서 스노클링을 하는 나뭇잎을 입은 이, 검은 정장을 입고 홍학 튜브를 타고 있는 수염이 긴 남자. 이 모든 것 들의 조합이 심상치 않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인물과 사물들이 하나의 컨셉을 갖고 오묘하게 잘 어우러진다. Minister brewery의 맥주라벨은 위와 같이 6종류로 나뉜다. 6가지의 라벨 디자인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두 눈을 의심케 하는 괴상한 요소들이 혼합되어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된다. 얼핏 보기에는 많은 사람들 혹은 동물들을 그린 일러스트일 뿐이지만, 자세히 보니 얼굴과 몸통은 얼룩소이고 다리는 사람인, 혹은 몸은 사람이지만 얼굴이 눈알인 것들이 뒤섞여 있다. 마치 15세기 네덜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1]의 작품 속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명확한 해석조차 불가능한 보스가 만들어낸 공상화에 비하는 것이 조금은 거창해 보일 수 있으나, ‘요즘의 감성’에 맞게 키치한 요소들을 조합한 각각의 일러스트는 나름대로의 느낌이 충만하다. 쏟아져 나오는 수제 맥주들과의 차별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Minister brewery는 시각적으로 자신들만의 아이덴티티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라벨을 디자인하고자 했다. 기존 맥주가 갖는 클리셰에서 벗어나고자 일러스트레이터 Kinga Offert와 함께 작업하여 위와 같은 라벨을 디자인했다. 이들은 라벨이 실제 맥주병에 부착되기 전 위와 같은 이미지로 라벨을 먼저 소개한다고 한다. 중절모를 쓰고 검은 정장을 입은 흰 수염의 인물은 모든 라벨에 등장하는데, 그의 얼굴은 이 브랜드의 로고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흥미로운 점은 맨 아래쪽의 컬러바인데, 각각 라벨 디자인에 사용되었던 색상바와 그에 해당하는 숫자를 적어 놓았다. 뿐만 아니라, 각 맥주 그러니까 개별 라벨에 맞는 배경까지도 그 컨셉에 맞는 일러스트를 입혀 또 하나의 장면을 연출한다. 맥주병은 실제이나 그 주변을 둘러싼 것은 허구의 이미지들인 것이다. 위와 같은 다양한 시도들은 그들이 갖고 있던 진부한 맥주 라벨 디자인에 대한 고민들을 해결하고자 하기에 충분해 보이며, 자신들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자 했던 목표에 센스있게 부합하부 결과물인 것 같다. [1] 히에로니무스 보스 HIERONYMUS BOSCH : 기괴함의 거장으로 평가되는 네덜란드 화가. 악몽 같은 환영을 그린 대형 패널화들은 15-16세기에 제작되었음에도 초현실주의 화가들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주었다. 종교 제단화를 그리기도 했지만, 공상적인 반인반수의 짐승들을 묘사한 그림으로 더 유명하다.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히에로니무스 보스 [HIERONYMUS BOSCH] (501 위대한 화가, 2009. 8. 20., 마로니에북스) 참고 : https://www.bloglovin.com , https://insiders.gestalten.com이미지출처 : https://insiders.gestalten.com
PANGPANG BREWERY

Label story 2912월 06, 2018 글 | 레이블갤러리 스웨덴에 위치한 PANG PANG BREWERY. 요샛말로 ‘합한’감성이 묻어나는 디자인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PANGPANG PILLLS는 맥주의 한 종류인 ‘필스너’에 붙인 이름이다. 시각적인 이미지 뿐 아니라 제품명을 설정하는 데에 있어서도 재치가 넘친다. 이 맥주 브랜드의 이름은 무엇이고, 로고는 이러하고, 라벨 디자인에 있어 주가 되는 색은 이것이며 이 이미지는 우리의 트레이드마크이다. 보통 누구나 알고 있는 브랜드의 맥주는 이런 식으로 라벨 디자인이 설명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팡팡 브루어리는 이러한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있다. 우선 라벨에는 로고가 없다. 그렇다고 이 브루어리 자체의 로고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2010양조장이 설립되고 막 출시되었던 맥주병의 라벨에는 이들의 로고가 프린팅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 한 장의 이미지로 이 제품이 무엇인지를 쉽고, 빠르게, 그러나 매우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앞서 언급한 필스너, 그리고 유사한 방식으로 디자인된 PANG PANG CAN RELEASE. 은박의 라벨은 알루미늄 캔이 뜯어져 나와 갈색병의 몸뚱이를 감싸 안은 것 같다. 맥주병 위에 맥주캔이 얹혀져 묘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위의 필스너나 뒤이어 보이는 라벨은 모두 한 장으로 되어있으며, 이것을 떼어내면 반듯한 직사각형의 모양이 된다. 그러나 CAN RELEASE의 라벨은 네모 반듯한 사각형이 아닌 변형된 형태의 라벨이 부착되었다. 이러한 방식을 die-cut(다이컷)이라 하는데, 이 효과 때문인지 좀 더 ‘캔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두꺼운 테이프로 거칠게, 툭툭 뜯어 붙이니 텍스트 ‘PANG’이 된다. 심지어 이 테이프들은 접착면에 고르게 부착되어 있지 않고 떠있어 울퉁불퉁 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디테일 덕분인지 ‘테이프’라는 소재가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이 맥주의 이름은 GAFFA. 이는 특정 테이프의 종류를 칭하는 단어라고 한다. 라벨에는 이 소재의 디테일 외에는 어떤 것도 표현되어 있지 않은데, 과감하게 생략된 요소들로 인해 오히려 힘이 느껴진다. 이 외에도 PangPang Brewery에는 PANGPANG NUTS, SHOWER BEER등 센스 있는 작명과 디자인을 입은 종류가 다양하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맥주 라벨 디자인은 한 눈에 보았을 때 시선을 사로잡아 그 뜻을 금세 알아차리게 만들어 웃음짓게 하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 참고 : https://www.pangpangbrewery.se, https://the-brandidentity.com이미지출처 : https://the-brandidentity.com, https://beta.thedieli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