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el story 23
Uproot
글 | 레이블갤러리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한을 표현하는 uproot 와인라벨.
와인라벨은 비교적 까다로운 규정을 갖고 있다. 나라마다 특정한 규격에 맞게 누가, 언제, 어디서 포도를 수확하였는지, 그 품종이 무엇인지 등의 구체적인 데이터가 정해진 자리에 담겨있어야 한다. 와인병에 부착된 라벨은 이전보다 한결 간소화 된 디자인들이 많아졌으나, 어딘가 모르게 조금 어려운 느낌을 준다.
와인이 갖고 있는 이러한 많은 양의 정보들이 텍스트로만 표현되어야 할까?
Uproot는 위와 같은 물음에 답하듯 문자가 없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오로지 ‘색(色)’으로만 이루어진 라벨. 와인 라벨로서는 최초의 시도라고 한다. 디자인을 앞세운 라벨에도 상표명, 혹은 해당 제품명 등이 전면에 등장하지만 Uproot 라벨에는 이 마저도 없다.
역사가 깊고, 규정이 까다로운 와인라벨의 특성상 위와 같은 시도는 매우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뒷면에는 상표명과 빈티지 등의 구체적인 데이터가 담긴 라벨이 부착되어 있다. 따라서 이렇게 컬러바만을 사용하였음에도 정부의 승인을 받고 출시될 수 있었던 것이다.
길다란 직사각형 모양의 바(bar)가 적게는 2가지 많게는 5-6가지의 컬러로 나뉘어져 있다. 이 색상바는 해당 제품에 사용된 재료, 성분 등을 나타내는 프로필이라고 할 수 있다.
분홍빛의 포도주인 로제 와인은 위와 같이 채도가 다른 핑크색들의 컬러 박스로 ‘맛’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적포도주는 로제 보다 대체로 어둡거나 채도가 강한 색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화이트 와인은 그와 반대로 옅은 색으로 표시된다. 색의 진하기나 사각형의 크기는 첨가되는 재료와 양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첨가된 재료의 양이 많아질수록 사각형 박스의 크기가 커지는 것. 직사각의 큰 틀은 변하지 않고 그 안을 채우는 사각형들의 크기만 컨텐츠에 따라 달라진다.
인포그래픽(Infographics)을 활용하여 시각적으로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와인의 맛을 나타내는 것이다. 보통 표지판이나 지도 등 많은 양의 데이터를 보다 쉽게 표현하기 위해 인포그래픽이 사용된다. 점차로 시각 이미지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지는 추세이기에 근래에는 라벨 디자인에서도 하나의 도구처럼 사용된다.
와인의 라벨은 ‘본다’는 개념보다는 ‘읽는다’라는 행위에 더 적합한 디자인이라 여겼으나 Uuproot는 이러한 생각을 뒤바꾼 셈이다.
우리의 미각은 시각의 구애에서 벗어날 수 없다. 흥미롭게도 특정한 색을 보면서 우리는 어떠한 맛을 짐작하거나 연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Uproot와인의 라벨은 이러한 감각을 오직 디자인적인 요소만을 이용해 세련되게 표현하였다.
Uproot의 라벨은 인포그래픽 활용의 좋은 예이기도, 또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이 되기도 한다.
참고: uproot공식홈페이지
이미지출처: uproot공식홈페이지, uproot공식인스타그램, metropolitan magazine, www.brandingma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