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el story 38
The Flipside
글 | 레이블갤러리
보통 상품에 부착된 라벨은 크게 사물의 표면과 맞닿아야 하는 끈적한 풀이 붙는 면과 소비자들이 각 종류를 식별할 수 있도록 이미지나 로고, 텍스트 등을 인쇄한 면 정도로 나눠볼 수 있다.
따라서 상점이나 마트의 진열장에 전시된 각종 사물, 상품들의 몸통에 부착된 한 쪽 면의 이미지를 보고 우리는 무언가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라벨은 단 한 컷의 이미지나 색 혹은 강렬한 텍스트 만으로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아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물과 마주할 때 보이는 면 외에 다른 또 다른 이미지가 숨어 있다면 디자인적으로 좀 더 다채로운 컨셉을 연출할 수 있지 않을까?
뉴질랜드의 한 라벨 제조회사는 위와 같은 발상으로 이중지 라벨을 좀 더 보편화 하고자 샘플을 제작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기능을 하는 라벨을 생산하긴 하지만, 비용적인 측면 등 여러가지 이유로 널리 쓰이고 있지는 않다.
이중지 라벨은 쉽게 말해 두 장의 라벨지가 겹쳐져 상품의 표면에 부착되는데, 바로 보았을 때 보이는 그러니까 윗면의 라벨지를 떼어내면 그 뒤로 또 한 장의 라벨과 이미지 혹은 텍스트 등이 보이도록 제작하는 것이다. 이때 첫 장을 떼어냈을 때 다음 장의 면에 점착제(풀) 자국이 남지 않도록, 그리고 무리없이 부드럽게 떼어지도록 만드는 것이 이 라벨의 기술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분명 소비자들의 흥미를 끌기에는 충분한 요소로서 활용될 수 있다. 이들이 고안한 샘플명은 The Flipside로 단어 그대로 다른 면, 혹은 뒷면 등을 뜻한다.
그렇다면 포멀한 남성구두와 여성구두 라벨을 떼어내면 어떤 이미지를 보게 될까? 아마도 신발과 관련되어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은 클래식한 정장과 어울릴 만한 남성구두와 하이힐 뒷면에 ‘플리플랍 (flip flops)’ 샌들 삽화를 프린팅 했다. 그러니까 조금은 딱딱하고 정돈된, 정갈한 느낌의 오브제 뒤에 자유분방한 느낌을 풍기는 일러스트 라벨로 그 분위기를 완전히 반전시키는 것이다. 이중지 라벨의 특성을 적극 활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두 장의 라벨은 컬러나 사물의 배치 등을 통해 상반된 느낌을 적극적으로 연출하고 있다. 가지런히 놓여진 구두의 주변 배경은 화이트로 심플하게 연출하였으나 컬러풀한 색감의 플리플랍 배경으로는 다양한 사물들이 배치되어 있어 좀 더 경쾌하다. 가장 극명한 차이는 구두는 사진을 플리플랍은 일러스트 이미지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사실적이고 정교한 느낌과 간략하고 단순화한 형태감이 더욱 대조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들은 빡빡한 일상을 벗어나 해변가로 휴가를 떠나는 홀가분하고 상쾌한 대조적인 느낌을 이중지 라벨의 기능적인 측면을 활용해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보이는 면과 떼어내야 하는 뒷면의 특성을 ‘신발’이라는 의미에서 파생된 각기 다른 종류의 것들을 통해 매우 심플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디자인한 것이다.
참고 : https://www.packagingoftheworld.com
이미지 출처 : https://www.packagingofthe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