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el story 30
MINISTER BREWERY
글 | 레이블갤러리
톡톡 튀는 컬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Minister Brewery는 폴란드에서 제조되는 수제맥주 브랜드이며,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라벨은 2018년도에 제작되었다. 언뜻 보기에 라벨 디자인은 맥주보다는 달콤한 사탕을 포장하기에 적합해 보인다. 핑크, 블루, 옐로우, 오렌지가 주된 컬러로 사용된다. 특히나 베이비 핑크에 가까운 옅은 분홍색의 라벨은 달콤한 솜사탕을 연상케 한다. 이렇게 알록달록한 색감에 빠져 있었다면, 이제 좀 더 디테일하게 그것들을 살펴보자. 자세히 보니 라벨 위를 덮고 있는 인물과 사물들이 범상치 않다. 어딘가 모르게 조금 기이하다. 도넛인지 튜브인지 모를 것을 커다란 꼬챙이에 끼우고, 머리에는 과일을 얹고 심지어 한쪽 옆구리에 악어를 끼고 해변가인 듯한 곳을 거닐고 있는 사람으로 추정되는 인물. 얼굴 전체가 ‘눈’으로 되어있다. 옆에는 그와 닮은 한 쌍의 커플, 그리고 하늘인지 바다인지 모를 곳에서 스노클링을 하는 나뭇잎을 입은 이, 검은 정장을 입고 홍학 튜브를 타고 있는 수염이 긴 남자. 이 모든 것 들의 조합이 심상치 않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인물과 사물들이 하나의 컨셉을 갖고 오묘하게 잘 어우러진다.
Minister brewery의 맥주라벨은 위와 같이 6종류로 나뉜다. 6가지의 라벨 디자인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두 눈을 의심케 하는 괴상한 요소들이 혼합되어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된다.
얼핏 보기에는 많은 사람들 혹은 동물들을 그린 일러스트일 뿐이지만, 자세히 보니 얼굴과 몸통은 얼룩소이고 다리는 사람인, 혹은 몸은 사람이지만 얼굴이 눈알인 것들이 뒤섞여 있다. 마치 15세기 네덜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1]의 작품 속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명확한 해석조차 불가능한 보스가 만들어낸 공상화에 비하는 것이 조금은 거창해 보일 수 있으나, ‘요즘의 감성’에 맞게 키치한 요소들을 조합한 각각의 일러스트는 나름대로의 느낌이 충만하다.
쏟아져 나오는 수제 맥주들과의 차별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Minister brewery는 시각적으로 자신들만의 아이덴티티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라벨을 디자인하고자 했다. 기존 맥주가 갖는 클리셰에서 벗어나고자 일러스트레이터 Kinga Offert와 함께 작업하여 위와 같은 라벨을 디자인했다.
이들은 라벨이 실제 맥주병에 부착되기 전 위와 같은 이미지로 라벨을 먼저 소개한다고 한다.
중절모를 쓰고 검은 정장을 입은 흰 수염의 인물은 모든 라벨에 등장하는데, 그의 얼굴은 이 브랜드의 로고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흥미로운 점은 맨 아래쪽의 컬러바인데, 각각 라벨 디자인에 사용되었던 색상바와 그에 해당하는 숫자를 적어 놓았다.
뿐만 아니라, 각 맥주 그러니까 개별 라벨에 맞는 배경까지도 그 컨셉에 맞는 일러스트를 입혀 또 하나의 장면을 연출한다. 맥주병은 실제이나 그 주변을 둘러싼 것은 허구의 이미지들인 것이다.
위와 같은 다양한 시도들은 그들이 갖고 있던 진부한 맥주 라벨 디자인에 대한 고민들을 해결하고자 하기에 충분해 보이며, 자신들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자 했던 목표에 센스있게 부합하부 결과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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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히에로니무스 보스 HIERONYMUS BOSCH : 기괴함의 거장으로 평가되는 네덜란드 화가. 악몽 같은 환영을 그린 대형 패널화들은 15-16세기에 제작되었음에도 초현실주의 화가들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주었다. 종교 제단화를 그리기도 했지만, 공상적인 반인반수의 짐승들을 묘사한 그림으로 더 유명하다.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히에로니무스 보스 [HIERONYMUS BOSCH] (501 위대한 화가, 2009. 8. 20., 마로니에북스)
참고 https://www.bloglovin.com , https://insiders.gestalten.com
이미지출처 https://insiders.gestalt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