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el story 20
므른
글 | 레이블갤러리
한 눈에 보아도 ‘한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 잉크는 ‘람주’라는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므른’이라는 제품이다.
‘므른’이라는 단어가 무척이나 생소하다. 옛한글인 ‘물+-은’을 따서 만든 이름이라고 한다. 잉크의 기본 재료인 물. 그 물의 의미 중 ‘물감이 물건에 묻어 드러나는 빛깔’이라는 뜻에서 ‘물’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은’이라는 접미사를 붙여 앞으로 물들여갈 이야기를 위한 첫 운을 뗀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그들은 ‘한국의 전통색을 담은 잉크’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 ‘잉크’라는 소재가 한국적이다라는 말로 묘사되는 것이 어찌 보면 어색할 수 있다. 그러나 므른은 비교적 명확하고 과하지 않게 이러한 낯섦을 풀어냈다.
작은 병에 담긴 갖가지 색의 잉크들. 총 10가지의 색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두 종류의 용량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것들의 표면에 부착된 라벨은 매우 간결하다. 두드러지게 하얀 면이 많이 보이는데, 이 역시 전통회화의 특징 중 하나인 여백의미를 살린 것이라고 한다. 동시에 그 하얀 바탕이 므른의 잉크로 물들어가길 바라는 마음도 담겨있다고 한다. 그 위에 올려진 디자인은 므른의 로고를 제외하고 잉크 색에 해당하는 하나의 컬러로 프린팅 되어 있다. 선의 굵기, 농도만을 통해 자칫 지나치게 단조로워질 수도 있는 디자인에 디테일을 살린 것이다.
잉크의 이름은 세로로 쓰여져 있다. 그 아래로 붉은색의 로고가 자리잡고 있는데, 의도적으로 인장처럼 보이도록 하여 활용한다. 서체는 실제로 ‘용비어천가’에서 사용했던 글자체의 뼈대를 본 따 현대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라 한다. 전통적인 것을 현대적으로 풀어 내보인 하나의 특징이기도 하다.
위 아래로는 같은 문양이 일정하게 들어가 있는데, 이는 떡살의 종류 중 파도를 나타내는 무늬를 패턴처럼 사용한 것이다. 이문양은 병에 부착된 라벨 뿐 아니라, 제품을 담는 상자에도 그리고 그 장사를 감싸는 커다란 라벨의 양쪽 끝면에도 동일하게 사용된다. 이 외에도 이 패턴은 하나의 시그니처처럼 상품을 소개하는 이곳 저곳에 활용되어 통일감을 준다.
잉크를 담는 상자에 둘러진 라벨에서 로고를 볼 수 있다. 방패연과 유사한 모양에 역시 파도문이 활용되었다. 므른이라는 글자를 이루는 ‘ㅡ’획이 물결 모양으로 변형 되어있다. 이 또한 물의 이미지를 담아내려는 시도인 것이다.
서체가 주를 이루는 디자인. 획 하나 하나에도 전통적인 느낌, 한국적인 이미지를 좀 더 담으려 한 노력이 곳곳에 묻어 있다. 비단 글자체에서 뿐 아니라 디자인 전체에서 숨은 그림 찾기 하듯 그 의미를 발견해내는 일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매우 간결해 보이나 아주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 므른의 라벨.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것들. 이것이 므른의 매력인 것 같다.
참고: 람주
이미지출처: 람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