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el story 35
JINRO SOJU
글 | 레이블갤러리
두꺼비가 돌아왔다.
‘유행이 돌고 돈다.’ 근래에 들어 많이 듣기도, 말하기도 했던 문장이다. 주로 옷이나 특정 아이템을 구매할 때 혹은 어떤 상황에서 내뱉은 문장이었는데, 이제 술자리에도 종종 등장할 것 같다.
진로소주가 다시 두꺼비 라벨은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뉴트로(new+retro)’의 감성을 앞세우며 요즘의 ‘스웨그’에 맞는 옷을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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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1950년대 라벨
1950~1960년대 라벨
1950~1960년대 라벨
1960년대 라벨
지금은 참이슬에 더 익숙한 우리들이 진로와 두꺼비를 자연스레 함께 떠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 출시되었던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진로소주는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특히나 라벨 디자인에서 다양한 시도를 엿볼 수 있다. 원형의 모양과 강렬한 색과 무늬는 1960년대까지 지속되었다. 다만 첫 라벨에는 두꺼비가 아닌 원숭이 두 마리가 마주보고 있어 매우 새롭다. 그 이후 꾸준히 두꺼비가 등장하는데, 처음에는 우측면을 보여주던 두꺼비는 50년대 이후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로 바뀌었다. 하얀 배를 왼쪽으로 드러낸 자세가 고착된 것이다. 그 외에 소주의 주 재료인 쌀의 본 모습인 벼를 묘사한 형상이 테두리가 되어 두꺼비와 진로의 이름을 감싸고 있다. 이 벼의 모습 역시 갈수록 심플하게 변화한 것을 알 수 있다.
1960~1970년대 라벨
1970~1980년대 라벨
그리고 1960년대 후반부터는 우리에게 조금 더 친숙한 사각형 라벨이 등장한다. 이전 라벨에서는 다른 요소들과 두꺼비의 조합이 하나의 풍경과 동물의 이미지 컷에 가까웠다면, 이때부터는 두꺼비가 트레이드 마크로서 로고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상단으로 위치를 옮기고, 원형 안에 그 형태를 가두어 좀 더 정돈된 느낌으로 등장한다.
1980년대 라벨
1980~1990년대 라벨
원색이 주를 이루었던 이전과는 달리 1970~80년대부터 서서히 채도를 낮추고, 사용된 색의 종류 역시 줄어든다. 조금씩 세련된 느낌을 두르게 되었다. 바로 이번에 부활한 두꺼비 라벨이 위와 같은1970~80년대의 것을 재해석하였는데, 실제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았던 디자인이라고 한다.
리뉴얼 된 라벨 역시 푸른 톤이 주를 이루어 맑고 청량한 느낌이다. 한글과 한자 서체는 과거에 비해 조금 단순하고 간결하게 변화하였으나 특유의 삐침은 그대로 살렸다. 그리고 한글의 크기를 키워 가시성을 높였다. 전체적인 구도는 유지하고, 각 요소들의 세밀한 변화에 중점을 둔 듯 보인다.
1970년대 진로 소주와 2019년 리뉴얼된 진로 소주
이렇게 진로는 젊은이들과 7080 세대들이 동시에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을 탄생시켰다. 게다가 라벨 리뉴얼에 맞추어 80년대 주점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한 팝업스토어 ‘두꺼비집’을 오픈하며 20대에게 한 층 더 가깝게 다가간 것이다.
온라인에서 많은 후기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 7080 세대들은 옛날 생각이 난다며 과거의 향수에 젖었고, 젊은 세대들은 복고풍과 트렌디한 감각에 흥미를 느낀다. 진로의 새로운 시도는 다양한 세대들의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오래된 것들, 역사를 담고 있는 것들은 이러한 힘이 있다. 그래서 지금의 우리가 이렇게 복고를 외치고, 뉴트로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과거의 것들을 그리워하고 다시 보고자 하는 마음에 기억을 끄집어 내고, 그 기억의 단상들을 모아 재현하려는 것이 아닐까.
자료제공 : 하이트 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