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el story 32
Moolanda
글 | 레이블갤러리
동굴벽화의 일부를 옮겨 놓은 듯한 이미지이다. 농사일에 사용되는 삽, 괭이, 낫 등의 도구들이 매우 간결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 이미지는 다름아닌 와인 라벨디자인 중 일부이다. 와인과는 쉽게 매치되지 않는 오브제들로 가득 채워진 한 장의 라벨,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호주 남쪽에 위치한 포도밭, 그곳에서 제조되는 ‘Moolanda’. 이 단어의 옛 어원은 ‘먼 쪽으로부터’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처음 포도를 심게 된 그 곳이 당시의 포도밭들과는 상당히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어 조금은 생소한, 그러나 의미가 맞는 ‘Moolanda’라는 단어를 택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종류의 와인이 있으나,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Workers’라는 이름이 붙여진 제품이다
입체감 없는 평평한 형상들은 마치 흰 바탕에 스티커를 붙여 연출한 것 같기도 하고, 가위로 잘라 툭툭 얹혀 놓은 듯 보인다. 길다란 괭이를 어깨에 이고 걷는 사람, 그 밑에는 강아지, 그리고 주변에는 농사일에 쓰이는 다양한 도구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형태는 매우 단순하지만 단번에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각의 도구들의 질감이 다르게 표현되어 있다. 가장 큰 크기로 자리한 톱의 표면은 거친 알갱이와 굵은 암석표면을 묘사한 듯한 질감이며, 그 위로 자리한 삽은 비교적 부드러운 느낌이다.
이는 실제로 Moolanda 주변 지역에서 발견되었던 벽화의 일부분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듯 보인다. 각각의 도구들에 쓰인 붉은색, 노랑색, 흰색 등의 색상 역시 실제 존재하는 암석과 일치하는 것이다. 강아지가 등장하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데, 고대벽화에서 늘 등장하는 짐승들을 모티브로 하여 작게나마 위트 있게 등장시킨 것이 아닐까.
해당 라벨 속에 등장하는 괭이를 든 인물은 각종 도구를 사용해 포도를 가꾸고 와인을 만드는 ‘Worker’라 설정하여 고대 벽화와 현재의 시점을 잇는 짤막한 스토리를 담은 것이다.
쏟아져 나오는 각종 상품들 특히나 맥주, 와인 등 주류를 포장하는 라벨 디자인이 무수히 많다. 그 모든 것에서 어떠한 의미를 찾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러던 중, 이렇게나마 자신들의 히스토리나 짤막한 이야기를 담은 라벨을 발견하게 되면 무척이나 반갑다. 이들의 앞으로의 이야기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 worldpackagingdesign.com /Moolanda 공식홈페이지
이미지출처 worldpackagingdesign.com / behanc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