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el story 25
Krasnogorie
글 | 레이블갤러리
비정형의 도형들이 지칭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다. 기하학적 도상들이 규칙 없이 혼합되거나 분해되어 어떠한 형상이 된다. Halo의 라벨과 처음 대면했을 대의 느낌이다.
Halo는 캐나다 토론토에 위치한 작은 양조장이다. 이들은 ‘과학적’인 것들에 영감을 받아 맥주를 제조하고, 그것들을 패키징 한다고 한다. 판매되는 맥주는 캔, 병 이렇게 두가지이다.
대부분의 식음료 라벨에는 구체적인 이미지, 텍스트 혹은 자연물이나 인공물을 묘사한 형태가 디자인된다.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잘 팔리게 하는 것’이 보통의 마켓에서 볼 수 있는 음료 라벨의 역할이다. 아무래도 우리들은 눈에 잘 띄면서도, 낯설지 않은 시각 이미지에 거리낌없이 다가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Halo의 라벨은 보통의 것들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원, 사각, 삼각 등 기본 도형의 유기적 조합이 만들어낸 이미지들은 시선을 일정시간 잡아 두는 힘이 있어 보인다. 약간은 어지러워 보이고, 순간의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듯한 묘한 구성들. 텍스트는 맥주의 종류 그리고 알코올 함량 등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정보만 간략히 얹혀 있다. 브랜드의 로고 대신 이미지가 전면에 가득 들어서 있으며, 주로 원색 사용해 배경과 각각의 개체들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보인다. 특히 알루미늄 캔 특유의 회색 빛과 대비되는 비비드한 컬러가 인상적이다. 차가운 질감위에 종이 라벨의 따듯한 질감이 감겨 그 차이가 극대화된다.
주로 하나의 브랜드의 라벨 디자인은 주된 컬러나 동일한 로고 등이 새겨져 종류가 다를지라도 눈에 띄는 구성요소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halo의 라벨은 그런 요소들의 부재에도 어쩐지 통일감이 느껴진다.
톡톡 튀는 색감과 무언가를 재현한 것인지 아닌지 모호하게 하는 그리드와 예측할 수 없는 형상들은 마치 알코올을 흡수했을 때 체험하게 되는 약간의 어지러움증과 묘한 환각을 시각화 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단순한 형상들로 많은 것들을 상상하게 하는 Halo의 라벨은 조금은 낯설지만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참고:https://www.ateriet.com/halo-brew-beer-packaging/
이미지출처: https://www.packagingoftheworld.com/